교수와 벼룩 (옛날 이야기)
link  호호맘   2021-06-27

옛날에 기구가 찢어지는 바람에 땅에 떨어져 산산조각 난 운 나쁜 조종사가 있었어요. 조종사에게는 젊은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기구가 찢어지기 직전에 낙하산을 펼쳐 운 좋게 목숨을 구했지요.


가진것이 아무것도 없는 젊은이는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말하는 복화술을 배웠어요. 귀족처럼 잘 생긴 젊은이는 좋은
옷을 입고 콧수염을 기르고는 자신을 교수라고 소개했어요. 많은 아가씨들이 교수를 좋아하고 따랐지요.


교수는 어여뿐 한 아가씨와 결혼해서 복화술 공연을 하며 낯선 나라를 떠돌아 다녔어요. "언젠가는 기구를 타고 하늘을
여행합시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아내는 교수를 도와 상자 속에 들어갔다가 연기처럼 깜쪽같이 사라지는 공연을 하곤 했
어요. 물론 진짜로 사라지는 것 아니었어요. 이중으로 된 상자 속에 몰래 숨어서 눈속임을 하는 공연이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아내가 정말로 사라지고 말았어요. 상자 속을 아무리 뒤져도 없었지요. "아아, 여보! 정말 나를
떠난거요?" 교수는 웃음을 잃고 말았어요. 어두운 얼굴로 힘없이 공연을 하자 손님도 다 떨어져 나갔어요.


이제 교수에게는 달랑 벼룩 한 마리만 남았어요. 교수는 아내가 유일하게 남긴 벼룩을 살뜰히 보살폈어요. "벼룩아, 내가
곡예를 가르쳐 줄게. 잘 봐," 교수는 벼룩에게 작은 대포 쏘는 법과 여러가지 묘기를 가르쳤어요.


묘기를 부리는 벼룩은 단박에 유명해졌어요. 교수와 벼룩은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왕들과 귀족들 앞에서 묘기를 부렸어요.
세계 여러곳을 여행한 끝에 둘은 마침내 야만국으로 향했어요. 그곳에 가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을 들었거든요.


야만국에는 고집 세고 못된 여덟 살짜리 공주가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어요. 욕심나면 앞뒤 가리지 않는 공주는 묘기 부리는
벼룩을 보자마자 발를 구르며 때을 썼어요. "벼룩을 주지 않으면 널 잡아먹을 거야" 교수는 어쩔 수 없이 벼룩을 내주었어요.


"벼룩아, 넌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해. 안그러면 널 죽이고 교수를 잡아먹을 테야." 벼룩은 공주의 손바닥과 목에 앉아 지냈
어요. 교수는 그물침대에 누워서 빈둥댔어요. 교수는 야만국에서 사는 것이 몹시 답답했어요.


"혼자 도망쳐 봐야 먹고살 길도 막막한데, 어쩌면 좋지?" 몇날 몇일을 고민하던 교수에게 기막힌 생각이 떠올랐어요. "공주
님, 놀라운 대포 마술을 보여 드릴께요, 대포를 쾅! 쏘면 하늘을 날던 새들이 통으로 구워져서 땅에 떨어진답니다."


교수는 마술에 필요하다는 핑계를 대고 정성껏 기구를 만들었어요. 드디어 기구를 하늘로 띄워 올릴 모든 준비가 끝났어요.
신기한 볼거리에 공주는 물론 야만국 사람들이 모두 몰려나왔지요. 벼룩은 공주의 손바닥 위에 앉아서 기구가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지겨보았어요.


"공주님, 대포를 쏘려면 하늘 높이 올려서 차갑게 식혀야 한답니다. 그러려면 벼룩이 도와주야 해요." 공주는 마지못해 벼룩을
내주었어요. 교수와 벼룩은 기구에 올라탄 뒤 소리쳤어요.


"이제 줄을 놓으세요. 대포가 높이 올라갑니다.!" 기구는 점점 더 높이 올라가 이윽고 구름 뒤로 모습을 감추었어요. 야만국
사람들은 대포가 내려오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렸지만 사라진 대포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지요.


교수와 벼룩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둥실둥실 기구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며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답니다.







명작 안데르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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